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 라벨러

얼마 전 유머 사진 코너에서 ‘대기업 로봇 퇴사 사건’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길 안내 등 정보 전달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급 로봇이 당초 목적과 다르게 지하철역 손 세정제 거치대 역할로 개조되었고, 업무 투입된 다음 날 지하철 계단에서 추락해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로봇이 자율주행 중 계단에서 떨어진 단순 사고 였으나,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이나 사진을 보고 반응하는 독자들은, 로봇이 새로 맡게 된 업무에 실망하여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 로봇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 사건을 재미있게 해석하고 있었다.

한 장의 사진과 짧은 이야기였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가깝게 다가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같았으면 공항이나 박물관 등 특정한 장소에나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설치 했을 로봇이 이제는 지하철역 방역이라는 사회 기초 질서 유지 활동에 등장하고 있다. 또 사람들은 희망 업무가 좌절되고 단순 반복 업무를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우리네 현실을 로봇에 투영할 정도로, 로봇을 친근하고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사회를 많이 바꾸고 있다.

로봇 기자, 로봇 예술가, 로봇 투자자, 로봇 의사, 로봇 변호사 등 사람의 고유한 업무로 간주되었던 다수의 직업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반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로봇 판사나 로봇 변호사 등 분야에 따라서는 아직 현실성이 떨어지는 직업도 있으나, 의료 영상 판독이나 암진단, 암치료 결과 예측 등 AI가 사람의 능력을 빠르게 앞서고 있는 영역도 있다. 이제 키오스크나 앱으로 주문하면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고, 서빙 로봇을 통해 커피를 제공 받고, AI 작곡가가 작곡한 음악을 들으며 AI 화가가 그린 그림을 감상하는 카페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그렇다보니 전문가들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언급한다. 대중들은,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에게 뺏기면서 실업자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전문가들은 기계에 의해 대체된 사회에서의 인간성 상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아마 우리가 과거의 사회 작동 방식이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기능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수행 하는 것으로 대체 한다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작동 방식을 바꿔 놓고, 직업의 형태와 종류에도 영향을 주어서, 새로운 직업이 많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라벨러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에 의해 새롭게 나타날 대표적인 직업군 중 하나다. 라벨러는 이름 그대로 데이터를 분류하는 사람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사진을 보고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에는 ‘사람’이라는 분류 표기(레이블)를 하고, 자동차가 등장하는 사진에는 ‘자동차’라는 레이블을 붙이는 일을 하는 식이다.

인공지능은 ‘문제와 답’으로 이루어진 대량의 데이터를 입력 받고, 그 데이터를 아주 빠른 속도로 다 읽은 후, 문제와 답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유추 한다. ‘문제와 답’으로 구성된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인공지능은 더 나은 판단 능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잘 작동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만들고자 하는 분야의 ‘문제와 답’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이것이 라벨러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라벨러는 인공지능에게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치기도 한다. 뉴욕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는 ‘상식(common sense)’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횡단보도에 보행자 신호가 끝나면 차량이 주행 해도 되지만 횡단보도에 노약자가 건너고 있다면 보행자 신호와 무관하게 정차하고 기다려야 한다던지, 매일 전화 통화 하는 친구지만 오늘 다퉜다면 메신저를 확인하기 싫은 마음이라던지 하는 것을  인공지능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연구 초기에는 ‘상식은 정답지가 없는 것이고 사회나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기계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는데, 연구 결과는 예상 밖으로 꽤 좋은 성과라고 한다. 특히 사람 라벨러가 좋은 ‘문제와 답’을 입력 해주었을 때,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정확도도 좋아진다고 한다. 사람이 인공지능의 선생님이 되고, 인공지능 훈련생들을 길러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인 셈이다.

라벨러는 신종 직업이기도 하고, 아직은 소득이 크지 않아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간주되고 있고,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라벨러가 하는 일의 중요함과 사회적 영향을 이해 하고, 라벨러를 위한 교육과정과 경력개발 기회를 마련하고, 한국 표준직업분류에도 라벨러가 추가될 예정이라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이 글은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동일 제목으로 기고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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