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공간 데이터의 의미

어제 오후에는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손목 위에서 드르르 진동하는 스마트 와치 화면에 뜬 메일 제목을 보고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이메일에 답장을 했다. 해외 출장 가는 고객사 직원이 한국에서 사가지고 나가야 할 분석 관련 책 추천을 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고, 당장 구입할 책은 없으니 그냥 출국하라는 내용으로 답장을 했다. 고객사에 답장을 한 후 핸드폰 trello 앱을 열어서 직원에게 할 일 (고객사에 추천할 만한 책 목록을 만들어 달라는)을 assign 하는 5분 정도 시간 동안 휴일 오후의 서점은 내 사무실이 되었다. 일하는데 있어 공간이 더 이상 제약 조건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일 뿐 만이 아니다. 명절 부모님댁 부엌에 앉아 한참 전을 부치다가도 크게 눈치 보지 않고 모바일 게임에 접속해서 잠깐 플레이를 하고 금새 음식 만드는 일로 돌아온다. 번잡한 명절 부엌도 몇 분 동안은 편안한 내 방 침대 위가 된다.

쇼핑도 마찬가지고 은행 일도 마찬가지다. 밤 11시 30분, 늦게까지 반가운 사람들과 맥주 한 잔 하고 귀가하는 길에 ‘아 맞다, 오늘까지 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뱅킹앱을 열어서 송금하는 3분 동안은 지하철 안이 주거래 은행이 되고 구매팀 사무실이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상대편이 오늘까지 이메일을 보내주기로 했기 때문에’ 퇴근 못 하고 사무실 PC 앞을 지키고 앉아있기도 했고, 새벽이나 주말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출근 했다는 사실을 어필 하기도 했지만 이젠 다 옛날 이야기다.

이렇게 편해져 가는 세상이 데이터 분석가에게는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사용자가 하나의 공간을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단일 공간에 여러 의미가 부여되고, 공간이 갖고 있던 원래 의미가 퇴색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즉, 고객이나 사용자가 특정한 공간에 체류한다는 사실로 사용자가 특정 맥락 하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space-occasion mapping’ 중 다수가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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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서점에 방문한 사람은 책을 사거나 책을 구경하는데 시간을 보낼 확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그래서 서점에 방문한 횟수나 서점에 체류한 시간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방문 횟수나 체류 시간과 같은 데이터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이 줄었고, 그 결과 이러한 데이터를 다루고 활용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 앱이 발달할 수록 그래서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될수록 분석은 어려워진다.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원천이 다양해지겠지만 그럴수록 지역이나 시간대, 행동의 순서와 같이 기존 분석에서 기준으로 삼았던 정보들이 사라진다. 사용자의 context는 더 작고 짧은 단위로 쪼개지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 속으로 맥락이 숨어버리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찾고 의미 순서로 사용자의 행동을 연결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게 된다. 머신러닝이나 분석의 자동화가 점점 각광 받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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